TRAVEL NOTES / NO. 052
2026년 10월 4일 일요일
여행 이야기 · 3분 읽기84
한강은 식당이 아닌데, 어떻게 치킨이 배달되는가
돗자리 하나 깔고 앉으면, 한강공원의 어느 구역이든 배달 앱의 어엿한 주소가 된다
정리 Find to Send 에디토리얼

저녁 일곱 시, 한강공원 잔디밭에 처음 앉아본 여행자는 한 가지 장면에 멈칫한다. 어디선가 오토바이가 다가오고, 배달기사가 손에 비닐봉지를 든 채 돗자리 사이사이를 걸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식당 하나 보이지 않는 이 공원에서, 방금 튀긴 치킨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한강공원의 저녁은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돗자리 위에는 치킨 상자와 맥주 캔, 휴대용 테이블 위에 펼쳐진 족발이 놓여 있고, 강바람과 음식 냄새가 뒤섞인다. 처음 온 사람은 어디에 앉아야 할지, 음식을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 돗자리도 없이 벤치 근처를 서성이게 된다.
문제는 단순하다. 공원에는 번지수나 건물 이름이 없는데, 배달 앱은 정확한 주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처음 온 사람에게는 이것이 꽤 막막하게 느껴진다. 지도를 봐도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어떻게 입력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사실 이 문제는 한강공원 운영 측과 배달 플랫폼이 이미 오래전에 풀어놓은 것이다. 한강은 여의도, 반포, 뚝섬, 망원 등 여러 지구로 나뉘어 있고, 각 지구는 다시 구역별로 세분화돼 있다. 배달 앱들은 이 구역을 주소 검색란에 등록해두었기 때문에, 공원 이름과 구역 번호만 입력하면 정확한 배달 지점으로 인식된다. 배달기사는 그 구역 안에서 전화나 문자로 정확한 위치를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마지막 거리를 좁힌다.
그러니 할 일은 간단하다.
- 편의점이나 공원 매점에서 돗자리나 휴대용 테이블을 먼저 구한다.
- 원하는 자리에 앉은 뒤, 배달 앱 주소 검색창에 공원 이름과 가까운 구역 표시를 입력한다.
- 정확한 위치가 애매하면 근처의 눈에 띄는 조형물이나 매점, 화장실 같은 표식을 주문 메모에 함께 적는다.
- 배달기사의 연락을 받으면 전화를 받아 위치를 안내한다.
다 먹은 뒤에는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가지 않는 것이 이곳의 불문율이다. 공원 곳곳의 분리수거함에 직접 정리하고 자리를 뜨는 것, 그것이 다음 사람에게 돗자리 한 장만큼의 자리를 남겨주는 방법이다.
그날 저녁, 낯선 여행자도 결국 돗자리를 펴고 앉아 배달기사의 전화를 받는다. 주소 없는 공원에서 음식을 받아먹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